슈퍼파워 드라이브 ‘제2의 유남규’ |
등록 : 2013.05.08 19:54 수정 : 2013.05.08 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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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연소 탁구 국가대표로 뽑힌 황민하가 3일 태릉선수촌에서 훈련하며 활짝 웃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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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구를 하면서 가장 힘든 게 무엇이냐고 물으니 친구들을 떠올린다. 어려서부터 합숙을 하며 라켓과 씨름해야 했다. 추억 만들기는 애초부터 접었다. 그렇게 독하게 훈련해 얻은 훈장이 역대 최연소 탁구 국가대표.
3일 태릉선수촌에서 만난 황민하(14·부천 내동중2)의 여드름 얼굴이 풋풋하다. 유남규(당시 부산남중3)와 유승민(당시 내동중3)에 이어 세 번째 중학생 태극전사가 됐다. 역대 최연소다. 그는 “유남규 선생님, 유승민 선배처럼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거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대한탁구협회가 지난달 14일 황민하를 국가대표로 전격 발탁한 것은 세대교체를 위한 선택이었다. 오상은(36·대우증권), 주세혁(33·삼성생명), 유승민(31·독일 옥센하우젠) 등 남자 탁구의 주축은 모두 서른을 넘었다. 황민하는 지난해 9월 대만에서 열린 15살 이하 카데트 오픈에서 대만, 홍콩 선수를 물리치고 정상에 올랐고, 올해 카데트 대표 선발전에서 1위를 했다. 국내에서는 또래 가운데 가장 뛰어난 실력과 잠재력을 자랑한다.
황민하의 등장은 대표팀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지난달 21일부터 태릉에 입소해 전설 같은 대표팀 형들에게 쏙쏙 기술을 전수받는다. 구슬땀을 흘리며 열심히 뛰지만 기량은 아직 대표팀 형들에 미치지 못한다. 형들과 단식 게임을 하면 큰 점수차로 지고, 벌칙으로 운동장을 돌기 일쑤다. 황민하를 지도하는 유남규 대표팀 감독은 “처음 들어왔을 때는 손볼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그런데 지금은 2주 만에 실력이 눈에 보일 정도로 좋아졌다. 저런 녀석은 1~2년만 바싹 지도하면 금방 치고올라올 것”이라며 흐뭇해했다.
황민하의 강점은 묵직한 구질이다. 체구에 비해 드라이브가 강력하다. 황민하는 “강한 드라이브는 누구보다 자신있다. 요즘엔 대표팀 형들이 잘 받아내니까 자신감이 좀 떨어졌지만 반대로 ‘이번엔 꼭 꽂아넣어야지’ 하는 오기도 생긴다”고 했다. 유남규 감독은 “몸이 다 성장하지 않았는데도 구질이 굉장히 묵직하다. 강력한 드라이브는 자기보다 3~4살 많은 형들과 비슷할 정도”라고 평가했다. 전세계 탁구선수 중 10% 정도로 추정되는 왼손잡이 선수란 점도 유리하다.
부천 오정초등학교 1학년 때 친형 황찬하(16·중원고1)를 따라 탁구를 시작한 황민하는 탁구를 포기할 뻔했다. “탁구부 감독님이 저한테 재능이 없어 보이니 하지 말라고 했어요. 그런데 얼마 뒤 새로 온 이종훈 선생님이 저보고 재능이 뛰어나니 다시 시작하라고 권했어요. 선생님이 아니었으면 탁구를 못 했을 거예요.” 이종훈 감독의 탁월한 안목이 그대로 묻힐 뻔한 한국 탁구의 미래를 발굴한 것이다. 이종훈 감독은 현 국가대표 이상수(삼성생명)의 아버지다.
황민하는 13일부터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세계탁구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7일 출국했다. 세계랭킹에 따라 자동으로 출전 티켓을 확보한 오상은과 주세혁이 후배를 위해 출전권을 양보했다. 진짜 큰 무대에 서게 된 황민하는 “많이 떨린다. 하지만 형들이 배려해서 나가게 된 만큼 형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허승 기자 raison@hani.co.kr
황민하 선수의 승승장구를 기대하며, 탁구강국 중국을 꺽는 그 날을 기대하며 항상 응원합니다